2016.06.20. 01:31
얼마 전에 정말 힘들고 앞이 캄캄했었다. 다 버려두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웃을 일도 없었고 남편도 싫고, 심지어 16개월 된 기쁨이도 지겹게 느껴졌다.
은혜도 없이 다니는 교회는 정말 쳐다보기도 싫고 담임 목회자 부부는 이기적인 바리새인 같아 보였다.
그들 때문에 나의 시간과 삶이 무의미하게 희생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들의 무능력한 목회로 인해 교인들이 종교인이 되었기 때문에 나까지 피해를 본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주 극단적이고 무시무시한 우울증이 왔음이 분명했다.
내가 알고 있는 성경 지식으로 담임 목회자와 교회를 마음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마구마구 난도질하여 스스로 분노의 불길에 휩싸이다가 나 자신도 죽을 것 같았다.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마음이 우울해지고 만사가 귀찮게 느껴지다 보니 자꾸 밖에서 돈을 쓰게 되었고 그로 인해 늘어나는 카드빚은 더 나 자신을 고통스럽고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먼 어딘가로 훌쩍 떠나지는 못하고 마지못해 친정에 5일 정도 내려가서 쉬기로 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상담센터를 알아볼까 했었다.
그러다가 나 자신이 어쩌면 쉬고 싶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편하게 있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마사지'를 생각해냈다.
누군가의 서비스를 받으며 나 자신에게 힐링의 시간을 줘 보면 좋을 것 같았다.
소셜 사이트에서 전신 케어 쿠폰을 구매하고 기쁨이는 친정엄마에게 맡겨놓고 마사지 샵에 들어갔다.
내게는 적지 않은 돈이라 부담되기도 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기에 질러버렸다. 그런데 곧 돈이 문제가 아님을 느꼈다.
와~ 정말! 이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내가 평소에 마사지를 받았던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온 몸 구석구석 마사지를 받을 때 다른 잡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마사지를 받는 그 한 시간 동안 살짝 아프긴 했지만 시원하고 찌릿찌릿하면서 개운함을 느끼는 오직 나 한 사람 밖에는 다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마사지를 받고 난 후에 이상했던 것은 그간 우울했던 감정들이 생소하게 느껴졌고 더 이상 우울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집으로 돌아와 남편을 만나니 오히려 서로 마사지를 해주며 서로 힐링을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남편이 이젠 마사지를 해 주고 싶은 상대로 바뀌어져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변한 것이겠다.
내가 받은 마사지는 지압도 해주는 오일 마사지였는데, 마사지사가 경력 있는 노련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전문적인 마사지는 그냥 마구 주무르지 않고 잘 풀어주는 방법이 있다. 근육과 뭉친 곳의 결을 따라 적당한 속도와 적당한 압력을 주고 정성을 들여서 한다. 기혈이 순환되고, 림프절이 개운한 느낌을 받는다.
바디 오일을 한통 사놓고 여유로울 때 아이를 빨리 재운 후 내가 먼저 남편에게 마사지를 해 주면서 아무 생각 안 하고 오직 서로에게만 집중을 한다면 뭔가 좀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을 갖고 부부생활에 적용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역시 난 남편에게 아름답고 섹시한 여자로 보이고 싶나 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죽을 것 같았던 마음이 잘 치유되었다.
그리고 이번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본다.
1. 사람은 육만 돌봐서는 안되지만 육을 소홀히 한다면 영에게 유익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영과 육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몸이 갖고 있는 본연의 좋은 감각을 통해 건강을 돌보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2. 마사지라는 행위를 부부가 즐겁게 누릴 수 있다면 아마 하나님이 부부에게 주신 꽤 괜찮은 선물을 누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서로의 몸을 만족시켜 주니까. 오일은 필수!
3. 사역자가 사람의 영혼과 정신적인 문제만 알아서는 안되고 인체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는 사실! 건강의 악화와 건망증, 답답함 등은 어쩌면 우리의 정신 상태를 말해 주는 것일 수 있다. 정신적인 것은 곧 영혼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육체적인 감각이 절대적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행복한 결혼생활 (부부의 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19 부부생활 1 (0) | 2020.10.15 |
---|---|
새벽예배 생각 (0) | 2020.10.15 |
크리스천 부부의 성 (0) | 2020.08.12 |
호르몬과 사랑 (0) | 2020.08.12 |
클리토리스의 다행과 불행 (0) | 2020.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