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부관계를 통해 나의 영성이 어떠한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고백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본다.
부부관계를 통해 다양한 관계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세월의 연륜이 쌓여감에 따라 남편과 나는 각자가 열심히 성장하고 바뀌어가며, 처한 상황과 공간도 같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일 매일이 다르다. 계절이 바뀌고 시계바늘은 쉴새 없이 돌아가며 몸과 마음의 건강상태나 삶의 방향, 목적, 의미등은 계속 새로워지거나 낡아지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과 상황이 남편과 나의 관계성을 다양하게 형성시켜간다. 단순한 비유로 들자면,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남매처럼, 때로는 모자처럼, 부녀처럼, 적군, 아군, 의형제, 연인, 남남 기타등등이다.
연애라 하면 보통 달달하고 설레이는 사랑을 많이 떠올리게 되고 결혼생활이라 하면 보통 의무감을 많이 떠올리게 된다. 신혼 때까지 연애감정이 지속되는 듯 하다가 몇 해를 살다보면 그런 감정은 불필요하게 느껴지고 결혼생활을 해야하는 이유나 의무감이 자녀쪽으로 기울어진다. 하지만 결혼생활에서 의무감보다 더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 부부의 사랑인 것이 사실이다. 사랑을 못 느끼면 배우자는 평생 고리타분한 존재일 뿐이다. 이는 사랑으로 부부관계를 맺기가 중단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부부관계에 생동감이 없고 무미건조함이 지속된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야 그나마 육아에 대한 공통화제라도 있지만 이 시기마저도 끝이 나면 '우리의 관계는 대체 무엇이었던가?'하며 허무해지고 졸혼이나 황혼이혼을 바라게 될 수도 있다.
부부의 사랑이란 무엇일까? '연애때 느끼던 사랑은 극히 일부였던 것이고 그 감정을 초월하여 하나님을 섬기듯 서로를 섬기는 반평생동안 몸과 마음이 점점 하나가 되어져 가는 현재진행형의 관계'라고 말하고 싶다.
현대에는 사랑의 감정으로 시작하여 결혼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콩깍지가 씌이는 창조의 섭리때문인지 결혼을 결정할 때 의무감에 대한 생각을 많이 못 하고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결혼의 연차수가 늘어감에 따라 (애가 있든 없든) 결혼에 대한 의무감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부부의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게 된다.
의무감과 사랑을 신앙에 비유한다면 의무감은 "율법"이고 사랑은 "믿음"이 아닐까? 만약 우리가 사랑으로 부부관계를 맺고 있다면 하나님의 인도가 전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배우자가 어떻게 보이든 간에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인내해주는 인격이 수반되어야 한다. 물론 나의 경우는 신뢰와 인내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스스로 시인하며 살고있다. 배우자를 신뢰해주고 기다려주는 이 이상적이고 고귀한 인품은 바로 영성에서 나온다. 자기부인을 할 수 있을 때 배우자를 믿어줄 수 있다. 자기부인은 예수를 믿는 자들이 갖는 소양이 아니던가.
결혼생활이 무르익어갈수록 사랑도 깊어지고 그에 따른 의무감도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사랑의 인도를 받아 하는 것이지 의무감에 하게 되면 참 힘들다. 율법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율법적인 신앙인은 하나님을 기뻐하지 않고 자신의 무오함에 따른 보상을 바라는 특징이 있다. 결혼도 마찬가지이다. 의무감때문에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은 배우자와 함께라는 사실이 기쁘기보다는 다른 보상을 기대하는 마음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자녀진로나 사회적 지위, 경제적 안정등이 그 보상일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같지 않은 것이 인생인지라 그 보상은 주어지지 않고 분노와 원망할 일들이 대신하는 경우들을 본다.
믿음으로 사는 사람은 겸손하고 남을 낫게 여기는 특징이 있다. 이기적으로 살지 않고 나누고 베푸는 영성이 발휘되는 삶이 결혼생활로 연결되어진다. 인간 본성의 죄악과 성장통으로 아파하지만 결국 선한 길로 인도하실 주님을 믿으며 배우자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뻐한다. 죄인이 믿음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신앙과 일치되는 것이라 볼수있는 대목이다.
부부관계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나의 영성을 가만히 살펴본다. 오늘 내가 배우자에게 어떠한 말을 전달할 것이고 어떤 몸짓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음을 본다.
내가 선택하는 것이 곧 정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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